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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이불 속에서 눈을 뜨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부럽기도 하다. 오들오들 떨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작년 겨울에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 다시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 겨울에, 봄이 되면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더 많은 책을 읽자고 다짐했다.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윽고 찾아온 봄, 여름, 가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 대한 부러움을 잊으면서 미뤘던 계획도 잊고 지냈다. 그리고 새해 겨울. 사람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내 인생 5년 후

5년 후 내 인생을 생각하면 조바심이 난다. 형편 좋게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스물아홉살에 보다 근사한 서른아홉살을 맞이하겠다며 나름 과감히, 혹은 대책 없이 회사를 관뒀다. 따져보니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에 비해 조금도 나은 것이 없는, 오히려 다소 한심한 모습으로 꾸역꾸역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며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5년이란 시간을 홀랑 까먹었다.

누군가 내 심정을 알아주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일시적 위안을 줄지언정 자신의 인생을 도약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133쪽)

살다보면 뭐라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이대로 그냥저냥 살다보면 결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 채 인생은 끝이 난다. 사람들은 그런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나쁘지 않은 회사에 팀장 정도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인생이라고. 그것은 일종의 세뇌였다. 아무리 부정해도 어느 틈엔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이 깨기 전까지 그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지금껏 정해진 레일 위를 달려왔다면, 그래서 그 종착역이 너무 뻔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레일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103쪽)

그럼에도, ‘5년 후’를 떠올리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가슴 뛰는 무언가가 없다. 아니, 스스로에게 솔직하자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시도한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 과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게 차일피일 꿈을 미루고 급기야 꿈을 잊은 채 허송세월을 보낸 게 5년이다. 이렇게 5년을 더 산다면, 그 모습은 너무나도 뻔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결코 내가 바라던 ‘정말 좋은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인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107쪽)

그래서 새해 유일한 계획으로 좋은 생각하기를 꼽았고, 그러던 중 우연히 <내 인생 5년 후>가 얻어 걸렸다. 하우석.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했는데, 예전에 저자가 쓴 책을 읽었던 것이 생각났다. 꽤 오래 전 일이다. 그동안에도 꾸준히 책을 써왔다는 것은 몰랐다. 한참이 지나서 그가 낸 책을 보니, 반가웠다. 반짝하고 나타나 어설픈 자기자랑이나 하고 사라지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는 끊임없이 살고 싶어 하는 인생을 찾아 살아 왔던 것이고, 이제 한층 더 부러운 사람이 됐다.

나쁘지 않은 인생이 아니라 정말 좋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44쪽)

5년 후에도 ‘정말 좋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저 부러워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고민의 여지가 없다. 나쁘지 않은 인생을 폄하할 주제는 아니지만, 인생에 한번쯤은 정말 좋은 인생을 살아 보겠다는 여한 없는 노력이 절실하다. 앞서,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는데, 취소. 시도해 본 적이 없으니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에 따르면, 열망으로 가득 찬 삶은 고단하지 않다. 한걸음씩 가까워지는 꿈이 있는 삶은 설레임 말고 다른 것이 아니다.


Posted by 헌책방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