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학원 모임이었다. 동기 형님이 요즘 사는 게 어떠냐고, 재미있느냐고 화두를 던졌다. 뜬금없는 화두였다. 별로 재미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나에게는 그랬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저냥 살다가 다가온 연말이었다.
그런데 형님은 요즘 사는 게 참 재미있다고 했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프레젠테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형님인데, 최근에 강의도 나가고 조만간 책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전에는 꿈도 못 꿨던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형님의 홍대리 시리즈 봤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었다. 누군가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를 꺼냈다. 형님은 반가운 반응에 흥분하여 홍대리 시리즈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아마도 프레젠테이션 천재가 된 홍대리?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가 유명하긴 한지 자연스레 이지성 작가에 대한 얘기, 책 읽기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서점에서 본 적이 있고 꽤나 많은 사람이 읽은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는 작가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지성 작가가 참 대단하다, 그가 쓴 책이 참 좋다는 얘기도 오갔다. 책이라면 나도 어느 정도 읽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책은 읽으면 되는 것이지 독서천재가 될 필요가 있나 싶은 것이다.
새해로 넘어가는 주말.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서점엘 갔다.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렵고 우울한 게 사오년 됐다. 그럴 땐 서점이 제격이다. 책을 읽으면 그래도 기분이 좀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책을 읽는다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또 그런가. 돈 들여 시간 들여 읽는 책인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뭐라도 좀 얻으면 더 좋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재발견
그러면서도 어쩔 땐 자기계발서를 폄하하기도 한다. 실천이 중요한 거지, 백날 책 읽는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나 싶은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모든 실천은 어렵다. 그 실천을 도와주는 게 책이었던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닮고 싶은 사람, 닮고 싶은 인생에 관한 책을 많이 읽다보면 일종의 세뇌, 혹은 정신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두 권으로는 어림없다.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돈벌이용 책이 아니라면, 열권 스무권, 아니 백권을 읽어도 넘치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중에 하나다. 새해 들어 마음가짐을 바꾸고자 다짐했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이었다면 벌써 바꿨을 테지만, 그러지 못해 또 다짐을 한 것이다. 마침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가 적절한 방법을 제시했다. 내가 지향하는, 지금 필요한 마음가짐을 담은 책을 찾아 읽는 것.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역시 많은 사람이 읽은 책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동안은 소위 말해 좀 있어 보이는 책을 찾아 읽었다. 눈이 감기고 책장에 책이 쌓인 것 외에 별것 없었던.
홍대리는 이러니저러니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얘기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마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말처럼. 책에서 멘토가 홍대리에게 해준 조언을 나도 따라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책읽기에 대한 일종의 방향성은 나 역시 얻은 것 같다. 시간이나 때우려고 책을 읽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남들에게 책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책을 읽는 것도 그렇고. 특히 아는 체나 하려고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