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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받고 싶은 게 있나요? 주고 싶은 게 있나요? 보통 사람들은 ‘생일’하면 ‘선물’을 떠올립니다. 대개는 물질인 경우가 많지만 정성이나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선물이 되곤 하지요. 또 주고받는 사람이 어떤 사이냐에 따라 선물에 담는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편견타파 릴레이를 잇는 글입니다. 붉은방패님이 바톤을 주셨지요. 다른 분이 주셨다면 아마 ‘반사’했을 겁니다. ‘편견’에 대해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이유는 이만저만 하지만 어차피 쓰기로 했으니까 패스. 평소 제 글에 관심을 많이 주시는 붉은방패님이 부탁도 아닌 강요를 하시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그런데 재미없으면 어떡하죠?


“부산 가자!”

며칠 전 친구녀석이 대뜸 부산에 가자고 합니다. 그 전에 제가 지나가는 말로 부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한 적은 있었지요.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가보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부산 여자 구경 좀 하고 싶어서. ‘여자 구경’... 적절치 못한 표현이네요. 그런데 진심입니다. 그 친구 와이프가 부산 사람입니다. 전 그런 와이프와 함께 사는 그 친구를 매우 부러워  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도 그런 부산 여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지요.


“갑자기 부산은 왜?”

생일선물을 받았답니다. 공짜 여행권이라도 생겼나 싶었더니 그건 아니랍니다. 와이프한테 “48시간”을 생일선물로 받았답니다. 올해 들어 그 친구가 좀 힘들었거든요. 벌써 수개월째 TF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나 봅니다. 일하느라 밤새고, 술 마시느라 밤새고. 주말엔 쌍둥이 애들 보느라 쉬지도 못하고. 술?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라, 일 때문에 마신다는 말... 이해하시리라 믿고. 어쨌든 와이프가 챙겨 준 생일선물이랍니다.


48시간의 자유시간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48시간입니다. 대신 조건이 붙었답니다. 평일일 것. 기왕이면 그 핑계로 와이프도 모처럼 만의 자유시간을 누리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평일’을 유일한 조건으로 붙였답니다. 제 친구도 약삭빠릅니다. 조건을 수락하는 대신 ‘48시간’이란 표현을 ‘2박3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답니다. 부부들끼리도 협상을 하죠. 그리고 그 협상은 양쪽의 만족스런 합의로 마무리 됐답니다.


시간을 선물한 와이프

사연을 듣고 나니, 또 한번 그 친구가 부럽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복을 타고나서 그런 와이프를 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발한 선물을 한 그 친구 와이프에게 감탄했습니다. 시간을 선물하다니요! ‘시간’에 관한 책을 여럿 읽어 봤지만, ‘시간’을 선물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정성과 마음, 그리고 믿음과 배려가 한가득 들어찬 선물상자를 든 그 친구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선물을 저와 나누겠다는 그 친구의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생일선물에 대한 편견?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선물

따지고 들자면 이게 편향된 견해, 즉 편견은 아닐 수 있지요.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가, 아니 제가 별 생각 없이 여겼던 선물과 많이 다르기에 편견타파 릴레이를 통해 소개합니다.

선물은 ‘평소 선뜻 살 수 없는 비싼 게 좋다’, ‘그 보다는 마음과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곤 하지요. 가정이 있는 분들은  ‘가족과 함께’, 연인이 있는 분들은 ‘연인과 함께’ 생일을 보내는 걸 당연스레 받아들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물이 정말 그 뿐일까요? 생일날은 꼭 그래야 하나요?



누구나 갖고 있는 생일이 특별할까?

전 생일에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습니다. 딱히 축하할 일도, 기념할 일도 아니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에게 서운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생일파티나 생일선물 자체를 싫어하진 않습니다. 심심한 일상에 그런 이벤트가 활력을 주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선물도 챙겨야 하고, 파티에도 참석해야 하고. 안 그러면 뜻하지 않게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요.


생일에 선물은 당연한 것?

제가 알기론 이렇습니다. 애기들 백일을 챙기는 건, ‘백일 동안 무사히 잘 살았구나’하는 의미랍니다. 신생아 사망률이 높을 때 이야기입니다. 첫돌은 ‘이제 죽지는 않겠구나. 그럼 한번 잘 살아봐라.’하는 의미고요. 그래서 돌잡이라는 것도 하지요. 그리고 한참이 지나면 환갑도 챙기지요. 회갑이라고도 하는데, 평균수명이 지금처럼 길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간지의 해를 다시 맞이하는 것을 기념, 즉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환갑보다는 고희를 더 크게 기념하고 있지요.


특별한 선물로 특별해진 친구의 생일

그래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친구의 생일이었는데, 48시간의 선물 덕분에 아주 특별한 생일이 됐습니다. 친구에게 큰 행복이 될 듯 합니다. 친구의 와이프 역시 매우 뿌듯하고 행복하겠지요. 친구는 지금 한창 들떠 계획안을 짜고 있습니다. 부러운 마음에 제가 심술을 부렸지요. 계획안이 그럴싸하지 않으면 2박3일의 부산여행에 응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기대가 큰 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제 생일도 은근히 기대가 되고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선물, 저도 받을 수 있을까요? 

[편견타파 릴레이]는...


끝으로 48시간이라는 선물을 준 친구의 와이프에게 주제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편견타파 릴레이 바톤을 넘깁니다. 변방 블로거이다 보니 3분까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은당님. 이제 막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좋은 글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친한 척 해 봅니다. 그리고 cuspymd님. 감히 글에 대해 평할 수는 없지만, 가만히 글을 곱씹다 보면 ‘정성’이 베어 나오곤 합니다.

바톤을 받아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고,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로 글을 마칩니다. 참! 제가 즐겨 찾는 도서관에 문화사회학적 관점에서 선물에 관해 이야기한 책이 있더라고요. 조만간 읽어 볼 생각입니다. 혹시 제가 그 책, 선물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다면, 그 글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헌책방IC